이 세계가 시뮬레이션일 수 있는 다섯 가지 증거 (우린 컴퓨터 속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실제가 아니라, 거대한 컴퓨터 프로그램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철학자 닉 보스트롬은,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 미래 문명이 조상들의 세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우리가 그 안에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가설은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우주의 정교한 법칙과 수학적 구조를 떠올리면 그리 가볍게 넘길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혹시 우리가 시뮬레이션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먼저 증거들을 살펴보자.


1. 시뮬레이션 가능성을 암시하는 증거

시뮬레이션 가설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의 과학과 철학에서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것이 결정적인 증거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음과 같은 현상들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1) 물리 법칙의 컴퓨터 친화성

우주의 기본 법칙들은 이상할 정도로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떨어진다. 빛의 속도, 플랑크 상수, 중력 상수처럼 특정 값들이 마치 정교하게 조절된 듯 일정하다. 게다가, 양자역학에서는 에너지나 물질이 연속적이지 않고 최소 단위로 나뉘어 존재한다.

이런 모습은 현실보다는 오히려 컴퓨터 프로그램을 연상시킨다. 우리가 아는 모든 게임이나 시뮬레이션도 결국 일정한 단위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만약 우주가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 코드라면, 이런 디지털적 특징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2) 우주의 처리 한계와 빛의 속도

빛의 속도는 우주에서 넘을 수 없는 한계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이 속도를 초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흥미롭게도, 이것은 컴퓨터 시스템에서의 데이터 처리 속도 제한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컴퓨터도 그래픽을 렌더링하거나 데이터를 전송할 때 일정 속도를 넘을 수 없다. 만약 이 우주가 시뮬레이션이라면, 빛의 속도는 시스템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한 최대 처리 속도로 해석할 수 있다.


3) 이상한 양자 현상

양자역학에서 관찰되는 이중 슬릿 실험은 시뮬레이션 가설의 단골 소재다. 실험에서는 입자가 관찰되지 않을 때는 파동처럼 행동하지만, 누군가 관찰하는 순간 입자의 형태로 변한다.

이 현상은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보는 부분만 그래픽이 로딩되고, 보지 않는 부분은 최소한의 자원만 쓰는 방식과 비슷하다. 만약 현실이 시뮬레이션이라면, 시스템 자원을 아끼기 위해 "누가 보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렌더링을 조절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4) 프랙탈적 구조와 반복되는 패턴

우주에는 황금비, 피보나치 수열 같은 수학적 패턴이 곳곳에 존재한다. 은하의 나선 구조, 꽃잎 배열, 소용돌이치는 구름 등에서도 이런 반복적인 규칙성이 나타난다.

이런 규칙은 마치 컴퓨터의 절차적 생성 알고리즘처럼 보인다. 복잡한 세계를 효율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규칙을 반복 적용하는 방식은 게임 개발에서도 흔하게 쓰이는 기법이다.


5) 우리가 경험하는 버그 같은 현상

가끔 현실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데자뷰처럼 처음 겪는 일이 낯익게 느껴지거나, 설명하기 힘든 초자연적 현상들이 발생할 때가 있다.

이런 현상들은 시뮬레이션 속 오류나 데이터 중복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과학적으로 설명이 부족한 현상을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비판도 있지만, "만약"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다.


2. 시뮬레이션 가설이 풀리지 않는 이유

1) 진짜 시뮬레이션이라면, 감지할 수 있는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이다. 만약 우리가 정말로 시뮬레이션 속에 있다면, 그 사실을 알아낼 방법이 과연 있을까?

시뮬레이션의 프로그램 내부에 있는 존재가 자신이 코드로 구성되었는지를 알아채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마치 게임 캐릭터가 자신이 게임 속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해도, 그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물리학자들도 여러 이론적 실험을 제안했지만, 결정적으로 시뮬레이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이론은 있지만, 증명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2) 시뮬레이션을 만든 존재는 누구인가?

또 다른 문제는 이 시뮬레이션을 만든 존재에 대한 의문이다.

만약 우리가 시뮬레이션이라면, 우리를 만든 어떤 고도의 문명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문명은 어떻게 탄생했고, 그들도 또 다른 시뮬레이션 안에 있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끝이 없는 '거품 속 거품' 같은 구조가 만들어진다. 결국 이 논리는 "우리가 시뮬레이션이라면, 그 위에 더 큰 시뮬레이션이 있다"라는 무한 반복에 빠질 수밖에 없다.


3) 믿는다 해도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마지막으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설령 우리가 시뮬레이션 안에 있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지금 우리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있을까?

결국 우리가 느끼는 고통, 기쁨, 시간, 경험은 모두 진짜라고 느껴진다. 누군가의 코드로 짜인 세상이든 아니든, 우리의 의식과 감각은 계속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시뮬레이션 가설이 철학적 호기심을 자극할 뿐, 실제 삶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시뮬레이션 가설은 흥미로운 증거들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풀리지 않는 의문과 한계도 많다. 결국 이 문제는 "정말 그런가?"를 끝없이 되묻게 만드는 주제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일지 아닐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실이든 가상이든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이 전부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정답을 찾기보다는 주어진 세상에서 조금 더 재미있게 살아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